NC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진단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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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병원에 오면 먼저 본인의 현재 증세, 건강 습관이나 혈압 등 기초적인 상태를 문진표에 작성한다. 작성된 문진표는 의사에게 전달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사는 환자를 진찰한다. 좀 더 명확한 병명을 알기 위해 초음파, CT, MRI 같은 각종 검사도 한다. 진찰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의사는 처방을 내린다. 환자를 고치기 앞서 환자에 대한 철저한 진단을 먼저 한다. 진단은 비단 병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 학교에도 필요하다. 학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은 크게 진단, 투입, 결과, 환류 4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학교를 깊숙이 들어다보면 학생에 대한 진단보다는 프로그램 투입과 결과에 집중되어 있다. 진단 없이 투입된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적합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현재 학교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투입되고, 학습량도 많아졌는데도 정작 학생들의 학교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중 하나는 학생이 맞지 않는 교육과정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물자가 귀한 시절에는 신입생들의 옷을 3년 동안 입을 옷을 사주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옷에 맞추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 1학년 신입생에게 3년 후 성장할 것을 대비하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는 것을 상상도 못한다. 현재의 교육은 신체조건과 취향을 물어보지 않고 만들어진 옷을 입히고 몸이 적응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 다인수학급, 대규모 학교이었을 때 학생 개개인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2013년 기준 학급당 학생수가 24.3명 이하다. 과거에 비해 학급 수 인원이 적어졌다. 그렇지만 개개인에 대한 교육 서비스의 질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맞춤형 교육은 누구나 바란다. 맞춤형 교육은 개인에 대한 특성을 알아야 한다. 개인에 대한 특성은 크게 지식, 정서, 신체 분야로 나뉜다. 지적인 특성은 학습수준∙학습유형∙특기적성 같은 인지적 형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서적인 특성은 인성∙가정환경∙학교생활적응력 같은 심리적 요인이다. 급식∙체력∙질병유무 같은 신체적 상황도 빼 놓을 수 없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설계할 때 중요한 자료다.
선진국에서는 교과교사와 진로교사, 상담전문가들이 협업하여 학생 개인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다. 학생 활동 이력과 전년도 교육활동 결과를 묶은 포토폴리오, 객관적 검사를 갖춘 분석표(profile)을 비치하고 있다. 교사들은 자료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학생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학생에 대한 기초 진단자료가 풍부하니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이 우수하다. 우리 학교 현장도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만 투입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학생에 대한 철저한 진단이 먼저 있어야 하겠다.